커피 한 잔의 맛은 단순히 원두의 품종이나 산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가공되었는가’에 따라 커피의 향미와 바디감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가공 방식, 즉 프로세싱(Process)입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 허니(Honey) 세 가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 프로세스의 정의와 특징, 그리고 실제 커피 맛에 어떤 차이를 주는지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워시드 프로세스 (Washed / 습식 가공)
워시드 가공은 커피 체리에서 과육을 완전히 제거한 후, 물과 발효를 이용해 점액질(Mucilage)을 제거하고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주요 과정:
- 수확한 체리를 물속에 담가 부패하거나 손상된 체리 제거
- 펄핑(Pulping) 기계로 과육 제거
- 발효 탱크에서 점액질 분해
- 깨끗이 세척한 후 건조
특징:
- 맛의 일관성이 높고, 생산자가 통제하기 쉬움
- 과육이 빠르게 제거되어, 잡미가 적고 클린컵이 뛰어남
- 산미가 뚜렷하고 향미가 깔끔함
향미 예시: 밝고 선명한 산미, 깔끔한 꽃향기, 시트러스 계열 맛
→ 콜롬비아, 케냐, 과테말라 등 고산지 국가에서 많이 사용
2. 내추럴 프로세스 (Natural / 건식 가공)
가장 오래된 전통 방식으로, 커피 체리를 과육이 붙은 채로 햇빛에 그대로 말리는 방식입니다.
주요 과정:
- 수확한 체리를 세척 없이 바로 건조
- 건조 중에도 과육이 발효되며 독특한 향미 형성
- 충분히 건조된 후 껍질과 과육 제거
특징:
- 과육과 씨앗이 장기간 접촉해 과일향과 단맛이 강하게 스며듦
- 불균형하거나 복잡한 향미, 개성 강한 커피 탄생
- 관리 미숙 시 발효취나 잡미 발생 가능
향미 예시: 건포도, 베리류, 와인 향, 무거운 바디감
→ 에티오피아, 브라질, 예멘 등 건조한 기후 지역에서 주로 사용
3. 허니 프로세스 (Honey / 꿀 가공)
허니 프로세스는 워시드와 내추럴의 중간 형태로, 과육은 제거하지만 점액질 일부를 남긴 채 건조합니다. ‘허니’는 꿀이 아니라 점액질의 끈적한 질감을 비유한 말입니다.
주요 과정:
- 과육을 제거하되, 점액질은 그대로 남김
- 점액질이 남은 상태로 천천히 건조
- 가공 단계별로 점액질 양에 따라 색상 분류 (화이트/옐로우/레드/블랙 허니)
특징:
- 워시드의 깔끔함과 내추럴의 단맛을 동시에 추구
- 점액질 잔존량에 따라 맛의 농도와 복합성 달라짐
- 발효와 건조 조건에 따라 테루아르 표현력이 뛰어남
향미 예시: 달콤한 캐러멜, 복합적인 산미, 부드러운 바디
→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에서 활발히 사용
결론: 어떤 프로세스가 ‘더 좋은 커피’를 만드는가?
워시드, 내추럴, 허니 – 각각의 프로세스는 고유한 매력과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낫다’가 아니라,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입니다.
클린컵과 깔끔한 산미를 원한다면 워시드, 풍부한 향과 개성을 선호한다면 내추럴, 그 중간을 원한다면 허니 프로세스를 선택하면 좋습니다.
이제 커피를 고를 때, 단순히 산지와 품종을 넘어서 ‘이 커피는 어떤 방식으로 가공되었을까?’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커피 한 잔이 더 풍부하고 깊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