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씨앗처럼 생긴 생두가 어떻게 한 잔의 향기로운 커피로 완성되는지, 그 과정을 알고 나면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커피 생두가 재배되어 우리의 컵에 담기기까지, 전체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커피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1. 커피나무 재배와 수확
커피의 시작은 적도 인근, 이른바 ‘커피 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 자라는 커피나무입니다. 주로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두 품종이 재배되며, 기후, 고도, 토양에 따라 품질과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
커피나무는 심은 후 3~4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하며, 꽃이 진 후 열매(체리)가 익는 데는 약 6~9개월이 소요됩니다. 수확은 체리의 숙성도에 따라 손으로 하나하나 수확하는 ‘핸드픽’ 방식이 가장 품질이 좋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농부의 경험과 감각이 중요하며, 수확 시기가 조금만 어긋나도 향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가공 및 건조: 프로세싱
수확한 체리는 내부의 씨앗, 즉 생두(green bean)를 꺼내기 위해 가공 과정을 거칩니다. 이 단계에서 커피의 기본적인 맛의 방향성이 결정됩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가공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워시드(Washed): 과육을 제거하고 물로 세척한 후 건조. 클린컵과 산미가 특징.
- 내추럴(Natural): 체리를 그대로 건조. 과일향과 단맛이 강한 커피 생산.
- 허니(Honey): 과육은 제거하되 점액질을 남겨 건조.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특징.
가공 후에는 생두를 햇빛에 널어 말리거나 기계로 건조하며, 수분 함량이 10~12%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건조 과정을 진행합니다.
3. 생두 정제와 선별
건조가 끝난 생두는 껍질과 이물질 제거, 크기 및 밀도 분류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을 ‘밀링(Milling)’이라고 하며, 이후 ‘그래이딩(Grading)’을 통해 품질 등급이 나뉘게 됩니다.
이후 선별된 생두는 산지 내 로컬 마켓 혹은 국제 시장으로 이동하여, 로스터(볶는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이 단계에서도 수출 전 커핑(Cupping) 테스트를 통해 결점이 있는지 검수합니다.
생두의 저장도 매우 중요합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생두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서 일정한 조건을 유지한 채 보관되어야 합니다.
4. 로스팅: 맛의 정체성을 입히다
로스팅(Roasting)은 생두를 180~230도 정도의 고온에서 볶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이 형성되며, 생두가 우리가 아는 갈색 원두로 변하게 됩니다.
로스팅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며, 크게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트로 구분됩니다.
- 라이트: 산미 중심, 향미 표현이 뛰어남
- 미디엄: 산미와 단맛의 균형
- 다크: 쓴맛과 중후한 바디감
로스팅은 몇 분 차이로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이 단계는 커피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예술적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분쇄와 추출
로스팅된 원두는 사용 목적에 따라 분쇄(그라인딩)됩니다. 분쇄 입자의 크기는 추출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 에스프레소: 매우 곱게
- 드립/핸드드립: 중간 굵기
- 프렌치프레스: 굵게
이후 분쇄된 원두에 물을 부어 추출하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완성됩니다. 이때 물의 온도, 시간, 커피와 물의 비율 등도 모두 맛에 큰 영향을 줍니다.
결론: 한 잔의 커피, 수많은 손길과 시간의 결과물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씨앗에서 재배, 수확, 가공, 로스팅, 추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다음에 커피를 마실 때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과정을 함께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 한 잔은 이전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