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커핑(Cupping)’입니다.
커핑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의 향미, 산미, 단맛, 쓴맛, 바디감 등 다양한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전 세계 바리스타와 커피 전문가들이 커피 품질을 테스트하고 비교할 때 사용하는 공식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커핑이 무엇인지,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일반인도 쉽게 커핑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1. 커핑이란 무엇인가?
커핑(Cupping)은 커피의 맛과 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기록하는 평가 방식입니다. 커피 생두의 품질을 확인하거나, 로스팅 후 맛을 테스트할 때 사용됩니다.
국제 커피 협회(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는 80점 이상의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하며, 이 점수 또한 커핑을 통해 측정됩니다.
커핑의 목적:
- 생두의 결점 여부 확인
- 로스팅의 적정성 평가
- 커피의 향미 프로파일 기록
- 여러 원두 간 비교 및 선택
바리스타뿐 아니라 로스터, 생산자, 바이어들도 모두 커핑을 통해 커피의 품질을 판단합니다.
2. 커핑 절차: 바리스타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전문적인 커핑은 매우 정교하게 이뤄집니다. 아래는 일반적인 커핑 절차입니다.
① 커피 분쇄 (Grinding)
중간 정도의 굵기로 원두를 분쇄합니다. 분쇄 직후 향을 맡아 ‘프래그런스(Fragrance)’를 평가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② 뜨거운 물 붓기 (Pouring)
각 컵에 분쇄한 원두를 담고, 92~96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줍니다. 이때 생기는 향을 ‘아로마(Aroma)’로 평가하며, 커피 표면에 형성된 크러스트(거품층)를 관찰합니다.
③ 크러스트 깨기 (Breaking the Crust)
4분 정도 지난 후, 스푼으로 윗면의 크러스트를 부드럽게 깨면서 향을 다시 맡습니다. 향의 변화와 농도, 깊이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④ 뜨거운 커피 떠먹기 (Slurping)
커피가 약간 식으면, 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빠르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십니다. 입안 전체에 커피를 퍼뜨려 향미, 산미, 단맛, 바디감, 후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⑤ 노트 기록 (Scoring)
각 항목별로 점수를 기록하며, 커피의 향미 특성을 표현하는 노트(예: 초콜릿, 블루베리, 시트러스 등)를 작성합니다.
→ 이 전체 과정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체계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조건으로 커피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3. 커핑 항목: 어떤 기준으로 맛을 평가할까?
SCA 기준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커피를 평가합니다.
- Fragrance/Aroma (건조 시 향 / 물 붓고 난 향)
- Flavor (맛)
- Aftertaste (뒷맛)
- Acidity (산미)
- Body (질감)
- Balance (균형감)
- Sweetness (단맛)
- Clean Cup (깔끔함)
- Uniformity (샘플 간 일관성)
- Overall (총체적 인상)
이 항목들을 각각 6점에서 10점까지 평가하고 합산하여 총점을 산출합니다. 80점 이상이면 스페셜티, 90점 이상이면 프리미엄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4. 일반인이 커핑을 해볼 수 있을까?
전문적인 커핑 환경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도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커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드립용 원두, 스푼, 머그잔 몇 개, 뜨거운 물 정도입니다. 여러 종류의 원두를 같은 양으로 분쇄해 컵에 담고 물을 붓고, 향을 비교하며 마셔보세요.
처음엔 섬세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시도하다 보면 점차 향과 맛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커핑은 단지 전문가만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커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경험입니다.
결론: 커핑은 커피를 ‘이해하는’ 과정
커핑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커피가 지닌 복합적인 향미와 품질을 언어로 표현하고 기록하는 기술입니다.
바리스타에게는 커피를 선택하고 제공하기 위한 필수 도구이며, 일반인에게는 커피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는 멋진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마시는 커피, 향은 어떤가요? 산미는 느껴지나요? 여운은 어떠셨나요? 커핑은 이런 질문을 통해 커피를 조금 더 ‘자신만의 언어’로 즐기는 법을 알려줍니다.